School 2021.08.16 22:58

"AI도 결국 인문학이에요, 인간과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이 그 첫 걸음이니까요"



주니어 SW 아카데미의 꽃, 프로젝트 수업 현장 속으로

선생님 : “우리 지난 시간에는 각자 AI로 해결하고 싶은 생활 속 문제들이 있는지 찾아봤죠, 이 팀은 어떤 주제를 잡았어요?”

아이들 : “이미지 학습으로 AI 식물 분류 프로그램을 만들 거예요.”

선생님 : “왜? 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 : “주변에 모르는 식물이 보일 때 바로 궁금증을 해결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선생님 : “그래, 좋아요. 일단 주변 식물들로 AI 모델링을 해보고 그 다음으론 산에서 산삼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추가하는 건 어떨까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 80분 내내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던 장학중학교 주니어 SW 아카데미 수업 현장


임재철 선생님의 엉뚱하고도 흥미로운 제안에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이날 장산중학교 ‘주니어 SW 아카데미’ 수업은 80분 내내 그랬어요. 선생님이 한 마디 툭 던지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토론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AI를 학습시키는 것도 블록코딩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전부 학생들의 몫, 선생님은 그저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아이들의 논리에 빈 부분이 보이거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왜’, ‘어떻게’, ‘뭐가 필요할까’, ‘좀더 세분화 해볼까’ 등의 추가 질문을 던지실 뿐입니다.

주니어 SW 아카데미 한 학기 수업을 열심히 들은 아이들의 내공과 자신감 덕분일까요? 프로젝트 형태의 수업이 주는 역동성 때문일까요? 예전부터 이상적인 수업 하면 떠올리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기술 과목 담당으로 아이들의 AI·SW 관련 역량을 키우는 것에도 적극적이신 임재철 선생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봐야겠습니다.




Q1. SW교육인데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보다 얘기하고, 돌아다니며 촬영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AI교육의 중요 포인트는 무엇인지요?

일단은, AI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요. AI의 기본인 머신러닝에 대한 개념과 이를 위해 이미지, 모션, 사운드, 텍스트 등 다양한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방법 등을 익히죠.

‘이렇게 하니 (학습이) 되네’를 배웠다면 다음엔 ‘이걸로 뭘 해볼까’ 단계로 나아 갑니다. 즉 생활 속에서 AI로 도움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실제 어떻게 구현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며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를 전체적으로 이해시키고 체험케 하려면 컴퓨터만 붙잡고 있어선 어렵지 않겠어요? 그래서 생각하시는 것보단 수업 모습이 역동적이었을 거에요. 아, 물론 매시간마다 이 정도로 활발하진 않고요. 오늘이 지금까지 배운 걸 활용해 직접 AI 모델링까지 해보는 프로젝트 수업이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 태블릿 PC로 코딩을 하는 한편에서 각 팀의 주제에 대한 토의가 지속되고 있는 모습


Q2. 기술 과목 선생님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주니어 SW 아카데미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어요?

우선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요. 초기 컴퓨터 활용 위주의 정보교육이 사회 변화에 따라 SW교육으로 바뀌었잖아요. 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개설하려는데 교사가 없다고 고민하시더라고요. 그럼 제가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그때부터 기술 과목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SW교육도 진행하고 있죠. 지금은 저보다 더 전문가인 정보 교과 전공 선생님들이 많이 들어오셔서 비중이 줄었지만요.  

저희처럼 SW교육을 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은 늘 활용할 교육 콘텐츠가 부족해요. 그런데 주니어 SW 아카데미는 이름부터 SW가 붙어 있으니까 관심을 계속 가졌죠. 다행히 올해 1학기 지원 대상에 선정돼 함께 하고 있습니다.


Q3. 실제로 주니어 SW 아카데미 교육 커리큘럼으로 아이들 가르쳐보시니까 어떠세요?

저는 SW 관련 다른 연수를 두루 받고 또 강사로서 전달 연수도 많이 해요. 여기 장산중학교에서 SW선도학교 운영을 3년 정도 했고 교사 연구회 활동도 하거든요. 그런 제가 봐도 좋아요.

정보 교과 선생님들의 대다수는 AI교육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어 해요. 그런데 본인의 역량이 부족하다 느낄 때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연수 프로그램 같은 건 꽤 있지만 실제 수업을 끌고 나갈 체계적인 교육 콘텐츠가 마땅치 않아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혼자서 개발한다는 건 한계가 있고요. 그런데 주니어 SW 아카데미는 기초 SW교육부터 AI까지 다 아우르고 피지컬 보드를 활용해 하드웨어 산출물까지 해결이 되니까 정말 좋죠.

 정보 교과 선생님 중 특히 과거에 컴퓨터 활용 쪽으로 자격증을 가지신 분들한테는 현재 본인의 역량이 다소 떨어져도 이런 잘 짜인 커리큘럼과 교재만 있으면 빠르게 감을 잡고 수업을 하실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AI 모션 인식 기술로 올바른 홈트 자세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학생들


Q4. 정보 교과 담당이 아닌 선생님들은 본인의 과목과 연계한 융합 수업을 많이 시도하시더라고요. 선생님께서도 그러신지, 어떤 교육 효과를 기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네. 제가 기술 수업을 맡고 있기 때문에 AI와 기술·발명을 연계한 융합 수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니어 SW 아카데미가 자유학기제로 운영되다 보니 모든 1학년 학생이 참여하진 않았죠. 하지만 교재 내용을 바탕으로 AI의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다른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면 생활 속 문제를 발견하고 솔루션을 찾아 발명품으로 만들어 보는 게 마냥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학생들의 발명품으로 특허까지 도전해보려 합니다.


Q5. 발명품 특허까지요,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이런 융합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나요?

저희 학교의 특징 중 하나가 프로젝트 논문 발표 대회를 하는 건데요. 비슷한 걸 하시는 학교가 많으나 저흰 좀 더 집중적으로 해요. 6월에 학생을 모집하고 이후 방학 기간이 포함된 2~3개월 동안 학생들이 직접 연구하고, 작품을 만들고, 논문을 써서 가을에 교내 발표 행사를 합니다. 이런 전교 차원의 큰 행사와 AI·기술 교과 융합 수업을 연계한다면 아이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되는 건 물론 결과적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6. 선생님의 큰 그림이 느껴집니다. 추가로 계획 중인 수업 아이디어도 있을까요?

요즘 보면 AI에디터로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뭔가를 찾아내는 형태의 프로그램들은 부분 부분 있거든요. 블록코딩 자체가 엄청 어려운 건 아니라서 이후 심화 단계로 가시적인 산출물을 만드는 작업까지 해보고 싶어요.

이를테면 주니어 SW 아카데미 교육 키트에 포함된 AI보드도 그 중 하나인데, 더 다양하게 응용해 ‘스마트홈’ 같은 걸 아이들과 직접 구현해보는 것이죠. 이를 위해 AI보드의 핀맵이나 구조도가 공개될 수 있다면 적극 활용하고 싶습니다.


▲ 장산중학교 학생들이 문제해결 캔버스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더 고도화시키는 모습


Q7. 오늘 수업에 학생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던데요. 그래도 전체 과정 중 가장 어려워한 부분, 반대로 특히 더 재미있어 한 부분이 있을까요?

어떤 수업이든 다 그래요. 학생들은 무엇이든 자기 스스로, 손으로 만들어보는 방식을 재미있어 해요. 몸을 쓰는 수업을 흥미로워하죠. 그냥 가만히 자리에 앉아 연필만 끄적이며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것과 생기발랄한 아이들은 잘 어울리지 않긴 해요. (웃음)

그러나 제일 어려워하는 건 따로 있어요. ‘생각해봐라’ 류의 수업들, 이런 걸 굉장히 힘들어 해요. 이 수업 듣는 아이들도 초반엔 그랬어요. “차라리 문제를 주시면 풀게요”라는 반응까지 나왔답니다. 하지만 계속 수업을 해오면서 본인들도 익숙해지고, 일종의 훈련이 되니 지금은 덜 그래요.

AI시대에 AI를 활용하든, AI와 싸워서(?) 이기든 결국 인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건 문제를 설정할 수 있는 능력 아닐까요? 이 부분은 정말 학생들에게 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론 이런 점도 있더라고요.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은 “생활 속 불편한 게 뭐가 있는지 찾아볼까요?” 이런 것인데 이 학생들은 불편한 게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찾질 못했던 거죠. 이럴 경우엔 방향을 살짝 바꿔 생각의 문을 열게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자신의 모습이 아니고 무릎이 안 좋은 할아버지라고 생각해 봐요”, 또는 “글을 잘 모르는 어린아이라면 불편한 게 없을까요?”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실래요? 일상 속 불편한 점, 개선하고 싶은 점, AI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는 뭐가 있을지!


▲ 팀원들과 협력해 가장 적합한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AI로 구현해보는 학생들


Q8. 앞으로 AI교육은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야 하고요. 이때 우리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결국 AI도 소양이라고 생각해요. 컴퓨터를 예로 들면 과거엔 컴퓨터가 전문가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다 쓰고, 또 어느 정도는 활용 방법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지금 초등학교, 중학교 단계에서 AI교육이 왜 필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소양의 덕목도 변했으니 받아들이시라’ 답변 드리고 싶네요. (웃음)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는, 마치 수학이 방정식을 풀 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논리력이나 이해력 등 전반적인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처럼, 문화·예술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AI는 문제 발굴 및 해결 능력 향상에 유용한 교육 도구로 활용 가능합니다.

AI교육과 접목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아요. 윤리적인 측면도 그렇고, 결국 AI라는 게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인문학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다 보니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접근하기 어렵고, 또 여러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냥 기술적인 부분이고, ‘코딩이 AI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말씀 드려 봅니다.


▲ 문제해결역량을 키워주는 주니어 SW 아카데미 AI수업




수업이 끝나갈 무렵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오늘 성공한 팀 손 들어보세요” 반 정도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수업에서 뭘 했어야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AI 모델링한 것이 잘 작동한 것만 성공이 아니에요. ‘우리 팀은 한 명도 빠짐없이 자기 생각을 말한다’, ‘우리 팀은 최소 20분은 집중한다’ 등의 목표를 잡아 달성했다면 그것도 성공한 것입니다. 앞으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한테 언제든 물어보러 오세요. 오늘 수고했어요.”


새삼 AI는 인문학이라는 임재철 선생님의 말이 떠오르며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단지 AI는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대체할 로봇이라는 관점을 가진 사람과, 어릴 때부터 다양한 솔루션으로서 AI의 가능성을 체험하고 인문학적인 접근까지 배운 이 아이들이 만드는 미래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주니어 SW 아카데미도 그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