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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학교에 가다
전주 완산고등학교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순수학문도 경계를 허물고 융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죠. 전주 완산고등학교에서 1, 2학년 방과 후 수업으로 ‘주니어 SW 아카데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덕원 교사의 전공과목은 화학입니다.
아니 왜, 화학 선생님이 정보수업을 신청하셨을까요?
평소 컴퓨터나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3년 전 교육청에서 인공지능융합교육대학원 교사를 선발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죠. 대학원 공부는 화학보다는 새로운 걸 배우고 싶었기에 바로 지원을 해서 현재 4학기째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AI를 공부하면서 학교에서 코딩 동아리 지도를 시작했고요. 올해는 방과 후 수업으로 ‘주니어 SW 아카데미’도 신청해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익숙한 것에 새로운 것을 융합하는 게 저의 공부이자 놀이입니다
개인적인 호기심과 열정으로 시작하셨으니 더욱 재미있게 수업을 하실 것 같아요.
물론이죠. 저는 물론이고 애들도 그런 거 같아요. 다음 학기에 다시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수업내용을 활용해서 대학원 논문을 써보려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브라이틱스 AI Education 버전이 아이들이 활용하기 아주 쉽게 나와 있잖아요. 이걸 바탕으로 SW 교육에서 활용하는 AI의 개념이나 발전 단계 같은 부분에 질적 논문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교수님과 의논 중입니다.
선생님이 뒤늦게 접한 AI를 ‘주니어 SW 아카데미’ 교육과정에 접목시키는 것도 또다른 배움이 되겠네요?
저는 대학원에서 어려운 코딩을 직접 하면서 AI를 배웠는데, 브라이틱스 AI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에서 흐름을 알게 해주잖아요. 학생들이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하려고 한다면 쉬운 과정부터 시작하니까 훨씬 이해가 빠를 것 같아요.
학생들이 컴퓨터실로 들어올 때 한 명 한 명 등을 두드려주면서 “어서 와, 00야!” 이렇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시는 게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수업 시간에도 집중도가 높고 낙오자가 없더라고요.
사실 학교에선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관심을 더 많이 받긴 하잖아요. 하지만 꼭 공부를 위해서만 학교를 오는 건 아니니까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 선생님은 앞에서 끌어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기도 해야죠. 공부만 잘하기 위한 교실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교실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우리 방과후 수업은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선착순으로 신청받은 거라, 이미 코딩 공부를 많이 해본 친구들도 있지만, 좀 어려워하는 학생도 있긴 한데요.
그래도 계속 질문하고 도와달라 하면서 따라가는 걸 보면 참 대견하죠. 저도 그렇지만 친구들과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한 명 한 명 체크하다보니 진도가 좀 늦어지긴 했지만,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모두 함께 가고 있다는 데서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 혼자 가는 길이 빠를 수는 있겠지만 함께 가는 길이 더 멀리 갈 수 있죠
네. 맞습니다. 어떤 과목이든 담당 선생님의 열정과 배려, 그리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학생들의 학습동기부여에 가장 큰 바탕이 된다는 걸 오늘 완산고등학교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네요. 특히 오늘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고 자원하는 모습에 더욱 놀랐는데요.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네 명의 친구를 만나봤습니다.
▲ 완산의 아들들, AI로 날개를 달다. 왼쪽부터 김대홍, 송호성, 나상일, 곽동현
이들의 꿈에 ‘주니어 SW 아카데미’는 어떤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요?
저는 집 컴퓨터에도 브라이틱스 AI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복습을 해봅니다. 입력한 값에 따라 그래프가 바뀌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고 재밌어요.
이전에는 AI에 대해 딱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이제는 개념을 알고 장단점을 파악하게 되니까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지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코딩을 배웠고 지금은 코딩 동아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딩 언어도 여러 개를 접해봤는데요, 브라이틱스 AI는 일단 체계적으로 잘 잡혀있는 느낌이예요. 다른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오류가 자주 나는데, 브라이틱스 AI는 그렇지 않고요. 무엇보다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아요. 제 꿈은 오래 전부터 SW개발자였는데 이제 AI개발자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코딩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초보자이지만 ‘주니어 SW 아카데미’ 수업만 완벽히 마스터하면 다른 코딩 프로그램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꿈은 막연히 웹 개발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보안시스템 개발자로 굳혀지고 있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머가 꿈이라 코딩을 배우긴 했지만 AI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었거든요. 막연히 AI는 분석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라 접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수업을 통해 AI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서 그런 오해도 저절로 풀렸습니다.
▲ ‘주니어 SW 아카데미’가 막연한 꿈에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김대홍, 송호성, 곽동현, 나상일
네명의 학생은 수업에 집중하면서,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돕는 데도 무척 적극적이었는데요. 이렇게 열기가 뜨거운 수업에서 마지막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하게 될 지도 궁금해지네요.
선생님, 프로젝트 활동은 조를 짜서 모둠으로 하실 계획인가요?
저는 1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낙오자 없이 모두가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가 열심히 도와보려고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친다기보다 함께 공부한다는 생각이신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제가 ‘주니어 SW 아카데미’ 교사 연수를 받을 때 배운 내용은 제 노트북에 그대로 남아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수업 전에 그걸 미리 다시 해봅니다.
그런데 놀라운건요. 가끔은 학생들이 저보다 더 쉽게 잘한다는 거예요. 학생들은 주저하지 않고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스스로 터득하는 용기와 지혜가 있죠. 그게 바로 제가 ‘주니어 SW 아카데미’로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면서 얻는 최고의 재미와 즐거움입니다.
▲ 선생님의 진정성이야말로 수업의 효과를 몇백 배로 올리는 최고의 용기와 지혜입니다
아이들의 잠재력은 전자레인지 안에서 톡톡 터지는 팝콘처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데요. ‘주니어 SW 아카데미’가 선생님과 손잡고 아이들에게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 전주 완산고등학교 방과 후 수업 교실은 그것을 직접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습니다.